본문 바로가기

위스키/건강한 위스키 생활

2. 위스키를 좋아하게 된 나에 대한 고찰 (2)

1. 위스키를 좋아하게 된 나에 대한 고찰 (1) (tistory.com)

 

1. 위스키를 좋아하게 된 나에 대한 고찰 (1)

'이 글을 끝까지 읽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에도 불구하고,'내가 내 생각 정리하려고 쓰는거야' 라는 억지를 부리며 약간은 배설같은 글을 적어본다.   죽기전에 국밥 한 그릇 먹을래?

seebills.tistory.com

 

윗 글에 이어서..

나의 욕망에 대해 더 탐구해본다.

 

어린 시절 디지몬 카드를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귀하고 좋은 것을 '소유'하고 싶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과시'하고 싶고,

디지몬 카드게임을 할 때 이기고 싶은 (즉, 재밌게 우월하게 즐기고 싶고)

 

소유욕, 과시욕, 즐김욕(?) 이었다.

 

당연한 말을 하기까지 길게도 돌아왔다.

 

위스키는 소유욕과 즐김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시는 일단.. 과시할 사람이 없는데도 돈을 미친놈마냥 썼고 (미안해 여보..), 내가 이 보틀을 가졌다는 사실과 그것이 내 술장에 이쁘게 놓인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좋은 시간에 좋은 사람과 또는 혼자서 마실 때의 그 행복은 디지몬 카드는 단박에 내다 버릴 수 있는 행복이다.

 

 

갑작스러운 셀프 심층 인터뷰

 

Q) 그렇다면 무작정 원하는 위스키를 모두 사면 나는 행복한가?

A) 노.

사실 예스이긴 한데, 일단 돈이 없어서 사지도 못하고 생각없이 사댔다간 가세가 기울기 때문이다.

내 인생 전체의 행복이 우선이긴 하다.

 

Q) 그렇다면 나는 모든 위스키를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

A) 노.

아직 많이 마셔보지 못해서 명확히 정의할 순 없지만, 가격에 상관없이 내 입맛에 맞는 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나는 내 취향을 확실히 아는가?

A) 노.

 

Q) 취향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A)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한다. 아직은.

 

Q) 돈이 많이 들겠군?

A) 그래서 이미 사놓은 바틀들은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즐기면 되겠고,, 앞으로는 잔술로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Q) 이미 500만원 이상 산걸로 아는데, 그 과정 속에서 뭐가 좋았나?

A) 시중의 통상 판매가보다 싸게 샀을 때 기뻤다.

근데 그게 맛도 있을 땐 도파민 줄줄 흐른다. 그리고 왕창 쌓인 위스키 군단이 내 마음을 든든히 채워준다..

더 늘릴거야..

 

Q) 그럼 반대로 안좋았거나 후회되는 점은?

A) 돈을 많이 썼다는 것.. 바이럴에 혹해서 사거나,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 구하기 힘들 것 같다는 조급함에 밀려서 샀을 때, 사전 정보 없이 충동 구매했을 때는 만족감이 컸던 적이 별로 없다.

 

Q) 그래서 잔술로 먼저 경험해야겠네. 근데 사놓은 것들은 다 까긴했나?

A) 노.. 쉽사리 오픈하기 아까운 것들이 많다.

Q) 왜 그런가? 새 상품 그대로 보존하고 소유하고 싶은 욕망인가?

A) 예스....

 

Q) 그렇다면 '즐김'보다 '소유'가 더 우선인가?

A) 엔트리 라인은 모두 '즐김', 상위 라인은 반반.
생빈이나 기념 바틀은 '소유'

돈 좀 주고 산 좋은 제품들은 아직까지 혼자 먹긴 좀 그렇고 좋은 사람이 오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즐기고 싶다.

그리고 그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나서 먹고 싶은 마음도 있다.

 

Q) 가지고 있는 술들 중에 상위 제품이 많나?

A) 노.. 기념바틀 말고는 다 먹겠다!

 

Q) 근데 위스키가 왜 좋나? 술도 별로 안좋아하면서

A) 취하는게 좋은게 아니고, 위스키의 맛과 향이 신기하고 좋다. 알아가는 과정과 역사/배경도 재밌고,,

그리고 핫한 바틀이나 단종되어 구하기 어려운 바틀을 찾으려고 인터넷을 뒤지거나, 해외 여행 중에 리커샵을 방문하면서 바틀을 (싸게) 찾아내는 그 과정 자체가 재밌고 또 그걸 발견해서 내 손에 쥐었을 때의 기쁨은 어릴 적 소풍에서의 보물찾기 1등권을 찾은 유치원생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Q) 마시는 것 외의 기쁨도 무시할 수 없구먼. 근데 마시면 취하지 않나? 속도 안좋고

A) 그래서 횟수/용량 제한을 두고 마신다.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어쨋든 취하게는 먹진 않는다.

 

Q) 결국 몸 관리/돈 관리를 잘 하면서 나에게 좋은 위스키를 오래, 많이 즐기는 것이 중요하겠네

A) 예스

 

 

정리하면,

   1. 합리적인 가격으로 위스키 구매

   2. 맛있는 내 취향의 위스키 구매

해야 하는데, 난 아직 쪼렙이니까

   3. 몸에도 잔고에도 무리되지 않게 천천히 위스키를 하나씩 즐겨나가자

   4. 이때 공부를 하면서 즐기자 (ex. 테이스팅 노트 작성, 관련 내용 공부 등)

이런게 쌓여서 내 취향이 파악되면

   5. 엔트리 위스키 말고, 좋은 위스키를 좋은 가격에 좋은 방법으로 구매

   6. 그리고 그걸 '소유'하거나 '즐긴다'

 

 

루피는 해적왕이 되겠다고 20년 넘게 매 화마다 고함지르고 있고,

제갈량은 위나라를 토벌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그렇다.

나는 위스키 쌉고수가 되겠다.

쌔끈한 위스키를 감별해내고, 그것이 적당한 가격인지를 판별해 낼 수 있는 개고수.

이 위스키는 어떤 상황에 먹으면 빡끈한지 아는 개쌉고수.

 

다만,

루피가 해적왕이 되기 위해서는 나미가 돈도 잘 관리해줘야 하고, 쵸파가 치료도 해줘야 되고, 상디가 밥도 잘해줘야 한다.

제갈량의 북벌을 위해서는 잘 모르지만 위나라에서 보급이 잘 되어야 했겠지? (후에 오장원의 별이 떨어진 내용같은건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고수가 되기 위해서 나는 돈관리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할건데?)

그리고 위스키 고수가 되어 언젠가는 위스키로 돈을 벌어볼 것이다! (??)

 

에헴.